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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종이에 쓰는 언어라면 말은 허공에 쓰는 언어이다. 

수렵시대엔 화가 나면 돌을 던졌다. 고대 로마시대엔 몹시 화가 나면 칼을 들었다. 미국 서부시대에는 총을 뽑았다. 현대에는 화가 나면 '말 폭탄'을 던진다. 인격모독의 막말이나 악플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정제되지 않은 말 폭탄을 타인에게 예사로 투척한다. 설혹, 그의 생각이 옳다고 할지라도 사용하는 언어가 궤도를 일탈했다면 탈선임이 분명하다.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매정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 스페인 격언이다. 화살은 몸에 상처를 내지만 험한 말은 영혼에 상처를 남긴다. 당연히 후자의 아픔이 더 크고 오래갈 수밖에 없다. 옛사람들이 ‘혀 아래 도끼 들었다’고 말조심을 당부한 이유이다. 불교 천수경 첫머리에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 나온다.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이 씻어내는 주문이다. 그중 4..

나 누구? 지금 어디? 지금 뭘?

완벽한 해탈, 완전한 자유, 불자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언감생심 그저 욕심일 뿐 살아생전 한 번도 제대로 시도해보지 못한 계정학 수행, 아~ 수다원도 저먼 천상의 이야기 같다. 오늘도 그저 업타령만 되뇔 뿐이다 가끔은 훌쩍 업의 환경을 바꿔보고도 싶지만 눈뜨고 일어나면 온갖 번뇌망상의 족쇄만이 스스로를 괴롭혀서 이번 생도 그저 이렇게 마무리되는 걸까, ㅠ 人身難得 盲龜遇木 (인신 난득 맹구우목) 인간 몸 받기가 어려운 것은 대지가 전부 큰 바다로 변했는데, 수명이 무량겁인 한 눈먼 거북이가 백 년에 한 번씩 머리를 바다 위로 내어놓는다. 바다 가운데 표류하며 떠 있는 나무판자가 있는데, 그 가운데 구멍 하나가 나 있다. 눈먼 거북이가 백 년에 한 번씩 머리를 내밀어 저 나무판자의 구멍에 딱 목이 걸릴 확률..

진화

벌 같기도 하고 거미 같기도 한 환영이다. 실체도 없는 것이 한계가 없다는 듯 빙빙 돌기도 하고 종으로 횡으로 쉴 새 없이 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처음엔 능가사 수직 낭떠러지 위에서 후들후들 저릿저릿 너무 떨었던 탓에 기가 허해져 일어나는 순간적인 환각증세 같은 건 줄 알았다. 팔을 저어 휙휙 뿌리쳐도 보고 낚아채듯 움켜쥐어도 보고 별짓을 다해도 나 자바 바라~며 사흘째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오른쪽 눈 시스템에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인 듯하다. 내 눈에 든 들보가 남의 눈의 티를 가려주고 내 속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변화를 관찰하게 하니 우주와의 합체 우주로의 합일로 가는 길 나를 진화시키고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