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음의 보금자리/세속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162

진화

벌 같기도 하고 거미 같기도 한 환영이다. 실체도 없는 것이 한계가 없다는 듯 빙빙 돌기도 하고 종으로 횡으로 쉴 새 없이 난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처음엔 능가사 수직 낭떠러지 위에서 후들후들 저릿저릿 너무 떨었던 탓에 기가 허해져 일어나는 순간적인 환각증세 같은 건 줄 알았다. 팔을 저어 휙휙 뿌리쳐도 보고 낚아채듯 움켜쥐어도 보고 별짓을 다해도 나 자바 바라~며 사흘째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 오른쪽 눈 시스템에 이상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인 듯하다. 내 눈에 든 들보가 남의 눈의 티를 가려주고 내 속에서 일어나는 끊임없는 변화를 관찰하게 하니 우주와의 합체 우주로의 합일로 가는 길 나를 진화시키고 있음이다......

삶의 지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와 데이비드 케슬러가 쓴 에 나오는 일화입니다. 어느 기분 좋은 여름날, 갓 결혼한 부부가 저녁을 먹고 숲으로 산책을 나갔다. 둘이서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멀리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꽥, 꽥!" 아내: "저 소릴 들어봐, 닭이 틀림없어." 남편: "아니야, 저건 거위야." 아내: "아니야 닭이 분명해." 남편: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그건 말도 안 돼. 닭은 '꼬꼬댁 꼬꼬!'하고 울지만, 거위는 '꽥, 꽥!' 하고 울거든. 저건 거위라고." 또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꽥, 꽥!" 남편: "거봐 거위잖아!" 아내: (한 발로 땅을 구르며) "아니야 저건 닭이야. 내가 장담할 수 있어." 남편: (화가 나서) "잘 들어 여보! 저건 거위라니까! 당신은 ..

月滿則虧 月(달 월) 滿(찰 만) 則(곧 즉) 虧(이지러질 휴)

달이 차면 반드시 이지러진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든지 성하면 반드시 쇠하게 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日中則移 月滿則虧 物盛則衰 天地之常數也 해가 중천에 오르면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이지러진다고 했습니다. 사물이 극에 달하면 쇠퇴해지는 것은 천지간의 이치입니다...

대서일에 영규의 단상

힘들고 어려운 일도 가슴 아프고 슬픈 일도 하루씩 견디다 보면 괜찮아질 거다. 화나고 억울한 일도 속상하고 괴로운 일도 하룻밤씩 자고 나면 지나가게 될 거다. 막막한 삶도 울고 싶은 현실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쁜 일들도 언젠간 끝은 있는 거니까 하루씩 잘 참아내고 하룻밤씩 잘 자고 나면 모두 없던 일이 되어줄 거야 지금 힘들더라도 용기 잃지 말고 꿋꿋하게 이겨내 보는 거야 모두 다 괜찮아질 테니까 그러니까 힘내!

'아버지와 소' 수필집에서

어머님께서 암(癌)으로 3개월밖에 못 사신다는 의사의 통보를 받고, 어머님을 병원에서 구급차로 모시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같이 타신 아버지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73세의 나이가 730세 정도나 들어 보이는 농부의 슬픈 얼굴... 내 아버지 '이00'님은 하얀 시트에 누워 눈만 둥그러니 떠 바라보시는 어머니 '남00'님의 손을 잡고 천둥 같은 한숨을 토해내며 울음을 삼키고 계십니다. 다음 날, 아버지와 아들이 소를 팔기 위해 새벽길을 나섭니다. 그 병원에서는 3개월이라 하지만, 서울 큰 병원에 한 번 더 가보자는 아버지의 말씀에, 집에서 기르던 소를 팔기 위해 아버지는 어미 소, 나는 송아지를 잡고 새벽의 성황당 길을 오릅니다. 아버지는 저만큼 앞에서 어미 소를 끌고 앞서 가시고 나는 뒤에서 송아지를 끌고 ..

내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 연습 中

과거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던 경험을 통해 정신의 고통보다 정신의 건강에 집중하는 것이 내게 유익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내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감사할 줄 아는 법을 배웠다. ‘감사한 일 세 가지’는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훈련법이다. 방법은 이렇다. 하루를 마감하며 그날 행복했던 일 세 가지를 꼽는다. 그리고 노트나 일기장에 적어본다. 각각의 일을 곱씹으며 무슨 일이 있었고 그 일을 통해 나는 어떤 경험을 했는지 되새긴다. 가능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오늘 내가 먹었던 아침식사에서 감사함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비단 나뿐 아니라 누구나 행복을 느낄 정도로 훌륭한 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경험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하자 오늘 내가 누린 아침 시간이, 멋진 식사..

달도 좀 쉬게요.

정월대보름인데 흐린 날씨 탓에 달구경은 힘들 듯하네요~ 온 나라 구석구석 별별 소원 다 접수해야 하니 달에겐 연중 가장 힘든 날일 텐데 올해는 모처럼 쉬어갈 수 있겠습니다~ㅎ 달 나이도 태양과 지구랑 엇비슷할 터이니 46 억년쯤 됐으려나요? 태양이 대지를 살찌우고 달이 해안을 살찌우고 해와 달이 조석으로 기름진 자연을 키워내어 그 많은 지구인들을 양육했네요~ 참 감사하게도.. 육신을 이리 살찌워 준 것도 감사한데 새해 아침 일출로 한해 큰 이상을 꿈꾸게 해 주고 정월 보름달로 작은 소원도 들어준다니 지난날 한민족에게 해와 달은 멘털케어까지 퍽 야무집니다~^^ 이렇듯 우주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해 온 지구를 보니 복작되는 인간사도 조금은 이해가 되는 듯도 합니다 대자연에 의지하며 엄청난 지식과 문화를 빚어내..

●. 이야기 넷

저녁 무렵, 젊은 여성이 전철에 앉아 있었다. 창밖으로 노을을 감상하며 가고 있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한 중년여인이 탔다. 여인은 큰소리로 투덜거리며 그녀의 옆자리 좁은 공간에 끼어 앉았다. 그러고는 막무가내로 그녀를 밀어붙이며 들고 있던 여러 개의 짐가방을 옆에 앉은 그녀의 무릎 위에까지 올려놓았다. 그녀가 처한 곤경을 보다 못한 맞은편 사람이 그녀에게 왜 여인의 무례한 행동에 아무런 항의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처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사소한 일에 화를 내거나, 언쟁할 필요는 없지요. 우리가 함께 여행하는 시간은 짧으니까요. 나는 다음 정거장에 내리거든요." 함께 여행하는 짧은 시간을 우리는 얼마나 많은 다툼과 무의미한 논쟁으로 우리의 삶을 허비하고 있는지. 너무나 짧은..

●. 이야기 셋

얼마 전 미국의 한 노인이 자기가 기르던 강아지에게 우리 돈으로 1,560억을 유산으로 물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강아지를 돌보라고 부탁한 사육사에게는 1년에 5만 불씩, 5천만 원의 연봉을 주겠다고 유언했습니다. 개가 죽고 난 후에는 개의 유산 1,560억 원 중 남은 돈을 동물보호소에 기증하도록 유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외동아들에게는 100만 불을 유산으로 주라고 유언하고 서거했습니다. 100만 불은 우리 돈으로 10억 원입니다. 그러자 아들은 너무나 분을 못 참아 "도대체 어떻게 내가 개보다 못합니까? 개에게는 1,560억을 주고 나에게는 10억을 주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판사님! 억울합니다. 바로 잡아 주세요."라며 변호사를 사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 젊은이에게 판사가 묻습니다. "젊은이..

●. 이야기 둘

어느 작은 시골 마을의 성당에서 한 신부가 미사집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신부 곁에서 시중들던 소년복사(服事: 교회의 전례예식에 성직자를 돕는 사람. 일반적으로 소년 소녀)가 그만 실수로 성찬례에 사용하는 포도주 잔을 엎질렀습니다. 잔은 깨어지고 포도주가 땅에 쏟아졌습니다. 신부가 노하여 소년에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시는 제단 앞에 나타나지 마라!"라고 호되게 나무랐습니다. 비슷한 일이 다른 성당에서도 일어났습니다. 그 성당의 신부는 화를 내지 않고 말했습니다. "괜찮다! 나도 어렸을 때 실수를 많이 했단다. 힘내거라!" 하면서 소년을 다독였습니다. 성당에서 쫓겨났던 소년은 커서 유고슬라비아의 대통령이 되었으며 독재자로 군림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조셉 브로즈 티토'입니다. (1953년~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