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음의 보금자리/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내가 아는것이 정말 아는것인가?

향내음(蕙巖) 2024. 2. 28. 07:48

당나라 때의 유명한 화백 대숭(戴嵩)
은 전원 풍경과 특히 생동감 넘치는 소를 잘 그려서 이름을 떨쳤다.

또 한 간(韓幹)은 말을 그리기로 이름
난 화가였다. 이 두 명의 화가를 사람
들은 한마대우(韓馬戴牛)라고 칭했다.

그들이 남긴 작품에는 삼우도(三牛圖)와 귀목도(歸牧圖)가 있었다. 그 그림들의 가치는 돈으로 따지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대숭이 그린 투우도(鬪牛圖) 한 폭이 전해져 내려오다 송나라 진종 때 재상
인 마지절(馬知節)이 이 그림을 소
장하게 되었다.

마지절은 그림에 남다른 일가견을 가
지고 있었기에 고금의 그림을 수집하
여 감상하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삼았
다.

특히 그가 소장한 투우도(鬪牛圖)는 당나라의 유명한 명인이 남긴 작품
인지라 그는 이 그림을 극진히 아꼈다.

혹여 그림에 벌레나 좀이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단으로 덮개를 만들
고 옥으로 족자 봉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햇빛과 바람이 좋은 날을 택해 자주 밖에 내다 말리며 수시로 일광욕
을 시키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대청 앞에 그림을 걸어놓고 바람을 쐬어주고 있는데 소작료를 내려고 찾아온 한 농부가 먼발치에서 그 그
림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글도 모르는 무식한 농부가 그림을
보고 웃다니..'

마지절은 화가 나서 농부를 불러 세웠다.

"너는 대체 무엇 때문에 웃었느냐?"

농부는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습니다.

"그림을 보고 웃었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이놈아! 이 그림은 당나라 때의 대가인 대숭의 그림이다. 그런데 감히 네까짓
게 그림에 대해서 무얼 안다고 함부로
비웃는 것이냐?"

마지절이 불같이 화를 내자 농부는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면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저 같은 무식한 농부가 어찌 그림에
대해 알겠습니까? 하오나 저는 소를 많이 키워보고 소가 저희들끼리 싸우
는 장면도 많이 보았기에 소의 성질을 조금 알고 있습니다.

소는 싸울 때 머리를 맞대고 힘을 뿔에 모으고 서로 공격하지요. 하지만 꼬리
는 바싹 당겨 두 다리 사이의 사타구니
에 집어넣고 싸움이 끝날 때까지 절대
로 빼지 않습니다.

아무리 힘센 청년이라도 소꼬리를 끄집어낼 수 없지요. 한데 이 그림 속의 소는 꼬리를 하늘로 치켜들고 싸우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절로 웃음이.."

농부의 말에 놀란 마지절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대청에 걸어놓고 일광욕을 시키던 대숭의 그림을 내
리며 탄식했다.

“대숭은 이름난 화가지만 소에 대해서는 너보다 더 무식했구나.

이런 엉터리 그림에 속아 평생 씻지
못할 부끄러운 헛일을 하고 말았도다.

그간 애지중지했던 내가 정말 부끄럽구나."

이 글은 중국 송나라 때 유명한 학자인 증민행(曾敏行. 1118~1175)이 지은 독성잡지(獨醒雜誌)의 고사집에 나오
는 내용이다.
(Emoticon)

많은 사람이 떠받들고 빼어난 지혜와 총명함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현실생활이나 실천적 경험을 겸비하
지 않으면 이렇게 웃어넘기지 못할 실수를 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때로 마치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며 다른 사
람을 무시하기도 한다.

심지어 자신이 잘못되었거나 자신이 잘못 알고 있음에도 자존심 때문에 자
신의 잘못이나 무지를 인정하려 들지 않기도 한다.

과연 내가 아는 것이 정말로 아는 것인지..

아니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잘 살펴볼 일이다.
                    
곰곰이 새겨봅니다.

내가 아는 것이 정말 아는 것인가?

날씨가 조금 추운 듯
합니다.

고뿔 조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