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음의 보금자리/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병든 이들을 외면하지 말라 !

향내음(蕙巖) 2024. 2. 26. 17:14


  병든 사람(축생까지) 있거든 마땅히 자비한
  마음으로 곁을 지켜주고 간호해야 합니다.
  부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일체중생들이
  나고 · 늙고 · 병들고 · 죽어가는 고통을 해탈
  시키기 위해서 이 세상에 출현하시었습니다.
  그중에 병든 이들을 편안케하고 돌보아주는
  것은 부처님의 근본 뜻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하시었습니다.

"너희 불자가 모든 병든 이를 보거든 항상
  공양하되, 마땅히 부처님과 다름없이 여길
  지어다. 여덟 가지 복전(福田) 가운데 병든
  이를 간호하는 것이 가장 으뜸가는 복밭을
  가꾸는 것이니라. 만일 부모나, 스승이나,
  스님이나, 제자가 병이 들어 팔다리나 여러
  기관들이 온전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병으로
  고뇌하거든 이들을 다 공양하면서 간호하여
  낫게 해야 하느니라."
                                          «범망경梵網經»

  <서유기>를 통하여 잘 알고 있는 당나라의
  현장(삼장법사) 스님(602년 ~ 664년)은
  직접 천축국(天竺國인도)에 가서 범어梵語
  (부처님 말씀)를 익히고 대장경을 가지고 와
  경전을 한역(漢譯)하신 대고승입니다.
  현장스님은 어린 시절부터 글재주와 지혜가
  뛰어나셨고, 당나라 황제는 스님이 된 그를
  나라의 보배로 일컬을 정도로 존중하였다고
  합니다.
  
  현장스님은 «대반야경»을 비롯하여 불경을
  번역하겠다는 원을 세우고 629년 8월에
  황제와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인도 유학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생명을 건 중앙아시아의 험난한 산악과 사막
  을 거쳐야 하는 대장정이었습니다.
  40여 명의 제자들과 길을 떠났지만 인도의
  관문인 국경에 이르렀을 때는 40여 명이나
  되는 제자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날아남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홀몸이 된 현장스님은 하염없이 가다가 보니
  오래된 듯한 고찰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쁜 나머지 절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방 안
  쪽에서 신음소리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문둥병을 앓고 있는
  노 스님이 있었습니다.
  현장스님은 서툴지만 평소 익혀 둔 인도말로
  문둥병을 앓고 있는 노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이 절에는 원래 많은 대중들이 있었는데,
  내가 이러한 업병(문둥병)을 앓게 되자
  대중들이 모두 다 떠나고 만 것이오."

  현장스님은 가는 길이 아무리 바쁘다 하더
  라도 병든 노스님을 외면할 수가 없어서
  지성을 다하여 간병을 하였습니다.
  현장스님의 지극한 정성으로 노스님은 다행
  히도 병석에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노승은 감사하다면서 다시 길을 떠나는 현장
  스님에게 범어로 된 «반야심경»을 주시면서
  위급할 때마다 이 경을 읽게 되면 액난으로
  부터 면할 수가 있다고 했습니다.
  
  다시 길을 떠났는데 인도 항하(갠지스강)의
  근처 한 마을을 지날 때 여러 명의 마을 사람
  들이 달려들어 스님의 온몸을 묶어 버리는
  것입니다.

"왜 나에게 이러는 것이오?"

"항하의 제물로 바치려는 것이오."
  
  그들은 솔직하게 말하면서 항하의 수신水神
  에게 바치면 한 해의 농사가 풍년이 드는데,
  마침 오늘이 1년에 한 번씩 산 사람을 바쳐
  제사를 올리는 날이라고 했습니다.
  현장스님이 공교롭게도 그곳을 지나가게
  되었으므로 같은 마을 사람을 죽이기보다
  외지의 사람을 죽이기가 인정상 쉬운 일이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현장스님은 겨우 인도땅에 도착하여 불경을
  구하지도 못한 채 죽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전생에 지은 업장이 두터워 함께 했던 제자
  40여 명을 다 죽이고 이제 나까지 죽게 되었
  으니, 다생겁의 죄업이 얼마나 깊고 두껍기
  때문인가?"

  현장스님은 마음으로 깊이 깊이 참회하면서
  그들에게 청하였습니다.

"나는 출가한 승려입니다. 당신네들이 나를
  수신(水神)에게 바쳐 잘 살 수 있다면 이 한
  목숨 기꺼이 줄 것이오. 그러나 죽기 전에
  내 품속에 있는 경전 한 구절을 외우고 죽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오."

  마을 사람들은 죽음을 앞둔 사람의 청이라
  묶인 팔을 풀어주었습니다.

  현장스님은 큰 소리로 «반야심경»을 세 번
  외웠습니다. 그 순간, 시커먼 먹구름이 하늘
  전체를 뒤덮더니, 사나운 회오리바람이 세
  차게 일어나 강가의 모래를 하늘 위로 끌어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이변에 놀란 마을 사람들은 놀라워
  하며 현장 스님을 급히 풀어주었습니다.
  
  헌장 스님은 무사히 인도 당시의 찬란했던
  니란타 대학에서 여러 해 동안 학문을 연구
  하였고, 니란타 대학 대학원장급에 해당하는
  직책과 예우를 받았습니다.
  «경장 · 율장 · 논장»을 통달한 현장스님을
  인도 왕은 삼장 법사로 받들어 주었습니다.

  마침내 귀국한 현장 법사(진리를 통달하여
  설법하시는 스승)는 많은 경전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그 어떤 경전보다 «반야심경»을
  제일 먼저 번역하였습니다.

  그것은 귀국하는 길에 문둥병을 앓았던 그
  노스님을 만나보기로 고찰을 다시 찾았는데
  노스님은 고사하고 고찰마저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현장 법사는 그 병든 노 스님이 관세음보살
  화신이었다고 하셨습니다.
  물론 현장법사께서 부처님 인연이 깊은 분
  이기 때문에 관음보살님의 가피를 나타낸
  것이지만, 일반 사람들 입장에서는 문둥병
  환자를 지극 정성으로 돌본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병든 환자들을 지극 정성으로 간호
  하면서 돌보아 주게 되면 그 착한 마음가짐은
  시절 인연 속에서 자신이 어렵고 힘든 환란이
  생겨날 때, 안전하게 피해 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반야심경»에서 "보살은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하므로 마음에 걸림이 없고 마음에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워할 일이 없다."라고
  했습니다.

  환자가 아무리 귀찮게 하더라도 마음에 걸림
  없는 정성으로 다하는 간병!  
  그것이 진심일 때, 나쁜 일들이 일어나는 것
  들로부터 안전할 수 있으며, 좋은 일, 행운의
  일들이 찾아들어 옵니다.

  그런데, 몰지각한 간병인들이 돈을 받고
  하는 일에도 병이든 환자를 함부로 하고
  폭행까지 하는 죄를 짓는 자들이 있다는
  것에 참으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 또한 그 이상으로 더한 병이 들어서
  나쁜 대우를 받게 된다는 인과응보의 이치를
  알고서야 그런 나쁜 짓을 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진리의 가르침을 모르는 무지한
  삶을 살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그런 상식밖의 몰지각한 사람들은 자신 부모
  에게 까지 그런 짓을 하겠지요?

  자비로 가득 채워진 간병은 결코 그 값을
  따질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불자라면, 부처님 자비 가르침에 입각하여
  병이든 모든 환자는 내 부모님, 내 자식을
  대하듯 간병해야 할 것입니다.

  병든 환자는 자신에게 살포시 다가온
  부처님입니다.
  병든 환자를 부처님 모시듯이 하십시오.

  나무관세음보살!!!
  두 손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