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음의 보금자리/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蕙巖(정각원)의 일상

향내음(蕙巖) 2024. 1. 5. 06:06

오늘도 어김없이 전화기의 알람 소리는 울린다.
이젠 알람 소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여 육신을 깨운다.
일어나 맨 먼저 몸을 정갈히 하고,
오체투지로 108배를 마친후,
천수경, 발원문, 축원, 반야심경 2독으로 아침 예불을 거친후 하루  일과에 들어간다~

구름은 모여도 구름 스스로 마음 두지 않고,
물은 흘러도 물 스스로 마음 두지 않네.

생각하고 움직여도 분별심(分別심-좋고 나쁜 두 마음) 여읜다면
인연 따라 오고 갈 뿐, 마음은 극락.

맑은 하늘이 좋은 것 같으나 한 없이 계속 맑기만 한다면 맑은 하늘이 싫어 진다. 그러다가 먹구름이 끼고 비가 오면 더없이 좋고 반갑기 그지 없다. 그러나 계속하여 비가 내리면 반가움은 온데 간데 없이 싫어 지기 마련이다.

태풍은 온갖 것을 쓰러뜨리고 망가지게도 하지만, 태풍 없는 바다는 썩어 가기 마련이다.

차가운 겨울없이 봄을 기다릴 수 없고, 뜨거운 여름없이 가을의 결실은 없다.

사바세계의 세상 이치는 이와 같이 한쪽만으로는 결코 성립되지 않는다.

사람 간의 관계나 스스로의 마음도 세상의 이치와 다를 것이 없으니, 좋은 것이 계속되면 좋은 것이라 할 수 없고, 나쁜 것이 계속되면 나쁜 것이라 할 수 없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고, 맛있는 음식을 계속 먹는다면 맛있는 음식이라 할 수 없듯이, 성공을 계속하다 보면 그 성공은 성공이라 할 수 없고, 기쁨이 계속되면 그 기쁨은 지루한 기쁨이 되어 기쁨이라 할 수 없게 된다.

세상의 모습은 마음의 모습에서 나온 것이어서 세상과 마음을 따로 구분하려 하는 것은 아직 세상 인과의 이치를 깨치지 못한데서 오는 어리석음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세상의 모습과 마음의 모습은 이 두가지의 다른 모습이 서로를 의지하여 세상을 돌아가게 하고, 마음을 생겨나게 하는 근본 원인이라 할 것이니, 좋은 것만 선택하고 그렇지 않은 것을 배척하는 것은 이율배반(二律背反)에 지나지 않게 된다.

다만, 인과의 법칙에 따라 맑은 날의 때가 있고, 흐린 날의 때가 있는 것인데, 그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때를 거스르려 하는 마음이 고통과 괴로움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태풍은 바다를 숨쉬게 하는 순기능과, 물건들을 쓰러뜨리는 역기능이 동시에 있게 마련이듯이, 사람의 마음이나 사람 간의 관계에 있어서, 마구니 같은 상대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 역기능이 있다 할지라도, 그 반면에는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거나, 그에 따른 여러가지 순기능 또한 분명히 있을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 만 할 수는 없다.

바다가 잠잠하기만 하면 바다의 생명은 유지되지 못하는 것과 같이, 세상이 평화롭기만 하면 그 평화는 평화가 아니되고 죽은 세상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니, 세상이 시끄럽고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세상이 숨쉬고 있다는 반증이라 할 것이다.

문제는 이를 보는 개개인의 마음이다. 인과의 때와 인과의 모습을 아는 사람은 시공(時空)이 움직이는 모습을 당연하게 생각하여 스스로 마음이 편안할 것이지만, 이를 모르고 거스르려 하는 사람은 시시 때때 일어나는 모습마다 분별(分別)하고 불만의 마음을 가짐으로서, 스스로 편치 않은 마음을 만들어 내고 만다.

그러므로 그 어떤 현상이 벌어지더라도 그 자체로서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는 것을 먼저 알아야 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함부로 분별하여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 것은 스스로를 올무에 걸리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일어나는 일체의 현상과 모습은, 인과에 따라 두가지 상반되는 것이 때가 되면 반드시 나타나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거늘, 본인의 바램 대로 되지 않는다 하여 화를 내거나 무리한 생각을 하는 것은, 이 또한 스스로를 힘들게 만드는 것이므로, 나타나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스스로 편안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당연한 것으로 보고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진정한 기도요, 그 어떤 모습이 나타나더라도 분별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참선이며, 나가고, 잃고, 주는 것에 걸리지 않는 마음이 보시요, 이런 마음을 지속하는 것을 정진이라 할 것이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