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음의 보금자리/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도(道)의 길

향내음(蕙巖) 2017. 9. 20. 11:23

아함경에 말씀하시기를
"연기(緣起)를 보는 자 여래(如來)를 본다"라고 했습니다.
옛날 중국 수 나라 때 천태지의
(天台智顗)라는 스님이 계셨습니다.
그 스님은 중국 천태종을 개창하고 오랫동안 지관(止觀)을

닦아 삼세의 인과를 통달한 분이셨습니다.
스님이 천태산에서 지관수행을 하고 계시던 어느 날,

멧돼지 한 마리가 도망치듯 스님 앞을 지나갔습니다.
곧이어 멧돼지를 뒤쫓는 사냥꾼이
활을 들고 나타나서
"스님, 혹시 이 앞으로 멧돼지
한 마리가 지나가지 않았습니까" 라고 물었습니다.
마침 지관(止觀)삼매에 들었던 스님은
멧돼지와 사냥꾼의 삼세에 걸친 인과를 알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사냥꾼이여 그대는 지금부터 삼생 전에
한 마리의 뱀이었다.
그 뱀이 어느 날 배나무 밑에 있던 바위 위에서 똬리를 틀고 쉬고 있었는데,
그 때 마침 배나무에서 쉬고 있던 까마귀 한 마리가 훌쩍 날아가자
배의 꼭지가 빠져 뚝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이 배가 뱀의 머리 위에 떨어졌고, 뱀은 머리가 깨져 그만 죽게 되었다.
원한을 품고 죽은 뱀은 다음 생에 멧돼지로 태어났고, 까마귀는 꿩으로 몸을 바꿔 태어났다.
꿩이 된 까마귀는 어느 날 나무 열매를 주워 먹고 있었다.
그 때 멧돼지로 태어난 뱀이 칡뿌리를 먹기 위해 흙을 파면서

돌을 건드렸는데 이 돌이 굴러서 꿩의 머리를 때려 죽게 했다.
그런 뒤 그 꿩이 다시 사냥꾼으로 태어나서 지금 멧돼지를 뒤쫓는 것이다.
이렇게 인과를 반복하면 세세생생 윤회의 고통을 벗어나지 못하니

그대는 지금부터 사냥을 멈추어야 한다".
이처럼 인과를 무시한 채 신심(信心)이 없이 머리로 번뇌 망상만

키우는 자는 불자라 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신심(信心)과 원력으로 인과법칙을 믿고,

한결같이 수행정진하여 하나하나 비워가는 과정이 진정한 불자(佛者)의
길입니다.
따라서 인과를 믿고 실천하지 않는 자는 진정한 불자가 될 수 없음을

우리 모두 명심하여 "참 불자의 길"로 다 함께 나아가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외식제연(外息諸緣)하고 내심무천
(內心無喘)해서 심여장벽(心如墻壁)하면 가이입도(可以入道)라
밖으로 끄달리는 모든 마음을 쉬고,
안으로 마음의 헐떡임을 없게 하여
마음을 장벽처럼 움직이지 않게 하면
도에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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