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322

지혜

지식이 많다고 지혜로운 사람은 아닙니다. 간혹 우리 중의 어떤 사람은 많이 배운 지식으로 인해 오히려 오만하게 되어 지혜를 잃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혜의 첫걸음은 자기가 미흡하다는 것을 아는 데 있다고 합니다. 지혜롭다는 건 우선 고개를 숙일 줄 안다는 것이지요. 유태인의 속담 중에 "태양은 당신이 없어도 뜨고 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광활한 우주와 오묘한 자연 속에서 우리 인간의 존재는 보잘것없는 작은 그것 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한껏 오만을 떠는 것은 지식만 있었지 지혜가 없는 까닭입니다. 아무리 많은 것을 알고 있다 해도 우리 인간은 결국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존재가 아닙니까? 그러나 지혜의 문만 열게 되면 인생의 많은 난관들을 비교적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가 있습니다. 하느님..

其智可及, 其愚不可及 (기지가급, 기우불가급) 똑똑한 사람은 흉내낼 수 있어도 어리석은 척하는 사람은 흉내내기 힘들다. -自治通鑑-

🐿 숲 속의 다람쥐는 가을이 오면 겨울 양식인 도토리를 부지런히 땅에 묻어 두는데, 묻은 장소를 다 기억하지 못한다. 결국 다람쥐의 겨울 식량이 되지 못한 도토리는 나중에 도토리 나무되어 다시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선물한다. 다람쥐의 기억력이 탁월해서, 묻어둔 도토리를 전부 찾아 먹어 버렸다면 산속에 도토리나무는 씨가 말랐을 것이다. 다람쥐는 어리숙함 때문에 또 다른 식량을 제공받게 되는 것이다. 요즘 세상에 어리석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모두 영리하고, 똑똑하고, 계산이 빠르며 이해 득실에도 밝다. 영리하다 못해 영악하기까지 하다. 오늘의 화두에서 기지(其智)는 가급(可及) 하나, 기우(其愚)는 불가급(不可及)하다. 사람은 영리해지기는 쉬워도, 어리석어지기는 힘들다. 그만큼 어리석음을 따라 하기가 더 ..

글이 종이에 쓰는 언어라면 말은 허공에 쓰는 언어이다. 

수렵시대엔 화가 나면 돌을 던졌다. 고대 로마시대엔 몹시 화가 나면 칼을 들었다. 미국 서부시대에는 총을 뽑았다. 현대에는 화가 나면 '말 폭탄'을 던진다. 인격모독의 막말이나 악플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정제되지 않은 말 폭탄을 타인에게 예사로 투척한다. 설혹, 그의 생각이 옳다고 할지라도 사용하는 언어가 궤도를 일탈했다면 탈선임이 분명하다. 화살은 심장을 관통하고, 매정한 말은 영혼을 관통한다. 스페인 격언이다. 화살은 몸에 상처를 내지만 험한 말은 영혼에 상처를 남긴다. 당연히 후자의 아픔이 더 크고 오래갈 수밖에 없다. 옛사람들이 ‘혀 아래 도끼 들었다’고 말조심을 당부한 이유이다. 불교 천수경 첫머리에는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 나온다. 입으로 지은 업을 깨끗이 씻어내는 주문이다. 그중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