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음의 보금자리/세속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願覺을 이루며~

향내음(蕙巖) 2023. 2. 25. 19:40

내 몸이다 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손가락 틈새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내 몸은 순간 순간 허물어져 갑니다.

내 몸이다 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흙으로 돌아갑니다.
윤이 나던 머리카락과 새하얀 이빨
길고 도톰하던 손톱과 발톱 모두
한 줌 흙으로 돌아갑니다.
보드랍던 피부와 쇠심줄 같던 근육
강건하기만 하던 튼튼한 뼈대도
한 줌 흙으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 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물로 돌아갑니다.
행복에 겨워 흘리던 기쁨의 눈물도
슬픔에 겨워 흘리던 비탄의 콧물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맛있는 음식에 입 안 가득 고이던 침도
몸 안 곳곳을 부드럽게 적셔주던 진액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썩은 살에서 배어나던 피고름도
냄새나고 더러운 대변 소변도
한 방울 물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 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순간 온기로 돌아갑니다.
고운 이를 쓰다듬던 그 손길의 따스함도 미운 이를 증오하던 그 분노의 열기도 한 순간의 온기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 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거칠 것 없이 휘저으며 걷던 씩씩한 몸짓도 고아한 자태로 눈길을 끌던 우아한 몸짓도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내 몸이다 하여 아끼고 치장하고 보살피지만 한 줌 흙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한 방울 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한 순간 온기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한 점 바람으로 돌아가고야 맙니다.

그렇게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가고 난 뒤
나의 몸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내 몸이다 하여 뻗대고 자랑하고 지키려 애쓰지만
내 마음은 강가 돌멩이에 낀 누런 때와 같습니다.
밝고 어둡고 아름답고 추한 빛깔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고요하고 시끄럽고 솔깃하고 거슬리는 소리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향기롭고 지독하고 풋풋하고 비린내 냄새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달고 짜고 쓰고 매운 맛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부드럽고 거칠고 차갑고 따스한 감촉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이것과 저것, 옳고 그른 생각의 강,
그 강물의 때가 낀 자리가 나의 마음입니다.

아름답고 추한 빛깔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솔깃하고 거슬리는 소리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향기롭고 지독한 냄새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달고 쓴 맛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부드럽고 거친 감촉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옳고 그른 생각의 때를 강으로 돌려보냅니다.


그렇게 온 곳으로 돌려보내고 난 뒤
나의 마음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원각을 이루며....
蕙巖 정각원이 두 손 모읍니다.....((()))

손성훈 曲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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