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존께서 기원정사에서 설법하고 계셨을 때의 일이다.
많은 사람 가운데 미륵이라는 보살이 있었다. 제자인 우발리가
석존께 예배하고 말하기를,
『세존께서는 전에 설법하셨을 때에 가끔 미륵이 앞으로 성불
(成佛)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지금의 미륵을 보면 범부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으며 번죄의 세계에서도 아직 벗어났다
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현세의 수명을 다 하면
장차 어떤 나라에 태어나고 무슨 이름의 부처님이 되는 것입니까?』
『과연 그럴사한 의문이다. 이 기회에 미륵보살이 성불하는 미래의
이야기를 들려 주겠다. 미륵은 앞으로 十二년이 지나면 이 세상을
떠나서 하늘에 태어날 것이다.
그때 도솔천(도率天―육욕천〈六欲天〉의 네 번째의 하늘)에는
오백 억의 천자(天子)가 있어서 각각 보시(布施―탐욕이 없는
마음으로 불보살, 중 또는 가난한 사람에게 의식을 베푸는 것)에
힘쓰고 미륵을 공양하기 위하여 하늘의 힘으로 궁전을 만들고
제각각 몸에 장식한 보물을 떼고 천관(天冠)을 벗은 다음 미륵
앞에 무릎 꿇고 합장하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리들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보주(寶珠)와 천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을 불심이 많은 수행자에게 공양하려고 생각합니다.
보살은 머지않아 내세에서 부처님이 되실 것입니다.
그때 우리들도 성불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을 수 있다면 이 보관
(寶冠)은 모두 공양물이 될 것입니다.』
오백억 천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보관은 변하여 오십만억의 궁전이
되었다. 그 궁전 하나 하나는 일곱 겁의 구슬로 된 담이 있고 모두
칠보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개개의 보옥(寶玉)에서는 오백억의 광명이 빛나고 개개의
광명 속에는 오백역의 연꽃이 있으며 연꽃은 오백억의 칠보나무로
변하고 칠보나무 한 그루의 잎에는 오백억의 광채가 있으며 광채
하나 하나에는 또 오백억의 자금(紫金)의 빛이 있고 그 자금의
빛 속에는 오백억의 천녀가 있다.
이 천녀들은 칠보나무 밑에서 백억의 구슬과 패물을 가지고 있어서
아름다운 음악소리와 함께 부처님의 설법이 자연히 흘러 나오고 있는
것이다.
구슬로 된 담의 높이는 六十二유순(由旬)이고 넓이는 十四유순에
달하여 오백억의 용왕(龍王)이 이 담을 지키고 있다. 오백억의 용왕은
각각 오백억의 보화(寶花)를 뿌리며 이 담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그리고 산들바람은 칠보나무를 조용히 흔들어서 나무와 나무가 서로
스쳐 나오고 있다.
이때 이 궁전에 사리고 있는 로오드밧티는 신이 조용히 일어나서
시방 세계의 제불에게 예배하고 소원하기를,
『나의 이마위에 구슬을 내려주시면 미륵보살을 위하여 선법당
(善法堂)을 만들겠습니다.』
이렇게 기원을 하니까 신기하게도 로오도밧티신에 이마에 백억의
보주가 나타났다. 이 보주는 유리(琉璃)와 파리( 璃)로 된 것인데
색깔이란 색깔은 모두 갖추어져 있으며 자감보주(紫紺寶珠)와
같이 투명(透明)하다.
이 구슬이 공중을 맴돌며 마흔 아홉 겹의 궁전을 만들고 이 궁전의
난간(欄干)은 만억의 주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난간 사이에는
구억의 천자, 오백억의 천녀가 자리잡고 있고 천자의 손에서는
수많은 칠보의 연꽃이 피고 연꽃에서 일대광명이 비치는 동시에
하늘 나라의 음악소리가 펴져 나온다.
천녀들은 이 음악소리에 맞추어 노래하고 춤추는데 노랫소리는
십선(十善)과 부처님과 보살의 소원인 사대원(四大願)을 갖게되어
구도(求道)하는 마음이 불탄다.
또 담과 담사이에는 여덟가지 색깔의 연못이 있는데 이 연못 하나는
오백억의 보주로 되어 있고 연못에는 여덟 가지의 맛있는 물이
흐르고 있다. 이 물은 높이 치솟아서 네 개의 문밖에 네 개의 꽃을
피게하며 꽃 하나에는 스물 네 명의 천녀가 있다.
이 천녀의 모습은 매우 우아(優雅)하여 마치 보살과 같으며 손에는
오백억의 파리로 된 그릇을 가지고 있는데 이 그릇에는 감로수가
철철 넘쳐 있고 천녀의 왼쪽 어깨에는 수많은 장식품이 빛나고
바른쪽 어깨에는 수많은 악기가 있어서 보살의 육바라밀을 찬탄
하고 있다.
그래서 도솔천에 태어나는 사람은 이 천녀의 모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 칠보로 꾸며진 대사자좌(大獅子座)가 있다 그 높이는 四유순이고
사자좌의 네 모퉁이에는 백 가지 보배로 된 연꽃이 피어있고 백 가지
보배에서는 각각 백억의 광명을 내며 그 광명은 오백억의 꽃으로
변하여 장막(帳幕)을 친다.
시방 세계의 범왕(梵王)은 각각 보배로 된 방울을 장막 위에 걸친다.
그리고 천사와 천녀들은 사자좌에 아름다운 꽃을 깐다.
그리고 연꽃에 서는 오백억의 시녀가 나타나서 손에는 흰 부채를
들고 장막 안에 시립한다. 궁전의 네 모퉁이에는 네 개의 기둥이
서 있는데 기둥에는 수없이 많은 보옥이 걸쳐있고 악기를 가진
천녀들은 무상, 고, 공, 무아의 법을 연주한다.
도솔천궁에는 각가지 색이 있으며 천녀들도 이와 똑같은 색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시방에 제천은 이 세상을 끝마치면 내세에는 도솔천에 태어나고 싶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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