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음의 보금자리/일주문(심검당)

“해 뜨고 짐을 시비(是非) 않듯이.”

향내음(蕙巖) 2017. 9. 20. 11:29


좋은 것을 굳이 구하려 하지 말라
나쁜 것이 기다리고 있다.
나쁜 것을 굳이 피하려 하지 말라
좋은 것이 기다리고 있다.


태어남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고,
죽음은 다시 태어남이 기다리고 있으며, 아이는 어른이 기다리고 있고,
젊음은 늙음이 기다리고 있으며,
해가 뜨는 것은 해 짐이 기다리고 있고, 해 짐은 다시 해가 뜨는 것이 기다리고 있다.
사바세계의 모든 것은 생로병사
(生老病死),생로병사를 반복하고, 성주괴공(成住壞空),성주괴공을 거듭하고 있으니, 이를 인과(因果)가 윤회(輪廻)한다고 했다.
정신없이 살다 보면 정신이 들 때도 있으나, 정신 차려질 때쯤에는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렇게 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하다가도 업(業-감정,기분)이 작동하면 다시 또 정신없이 살아가게 되고..
그러구러 살다 보면 내 의지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업장(業障-잠재의식)이 시키는 대로 살다가 후회도 하게 되고, 남 탓하면서 속절없이 살다 보면
어느새 늙고 병들어 찜찜하게 사라지게 되는 것이 보편적인 인생행로이다.
무엇이 되고 안되고, 잘 먹고 잘 살고, 못 먹고 못 살고는 인과와 인연에 의해 내 의지와는 별로 상관없이 그저 오고 가고, 가고 옴이 결정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인과 인연을 믿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면 더 좋게 되는 것인 양 착각하면서 애써 살다 보니,
애쓴 만큼 고통의 과보(果報)만 따르기 마련이다.
좋은 것은 좋은 것대로 생로병사하여 나쁜 것이 되고, 나쁜 것은 나쁜 것대로 생로병사하여 다시 좋은 것이니,
이와 같이 세상 모든 것은 인과 인연 따라 생사(生死)와 생멸(生滅)이 그저 오고 갈 뿐, 결과적으로 무엇이 좋고 나쁜 것이 아니고, 옳고 그른 것이
아닌 것이다.
해가 뜨면 지는 것이 인과 인연의 모습일 진데, 해 뜨는 것이 좋거나
나쁜 것일 수 없고, 해가 지는 것이 옳고 그른 것일 수 있겠는가?
우리네 삶 역시 인과 인연에 의해 이렇게 저렇게 오고 가고 움직일 뿐인데 무엇이 좋고 나쁘고, 무엇이 옳고 그름이 있겠는가?
진정으로 현명한 이는 좋고 나쁜 생각이나 옳고 그른 감정을 배제하고, 그저 비가 오면 오는구나,
바람이 불면 부는구나,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구나 하며, 인과 인연의 흐름을 보고 들을 뿐,
감정을 내어 스스로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
내게 다가오는 모든 현상은 모두가
나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일 뿐이니, 만약 내가 힘들고 괴로운 일에 부딪쳤다면 그것은 순전히 나 자신의 마음을 잘못 운영한 탓인 줄 알아야 한다.
더 좋은 것을 찾으면 찾을수록
나쁜 것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 사바의 이치요, 마음의 모습이라는 것을 하루빨리 깨달아, 매사를 있는 그대로 보면서 감정을 일으키지 않는 습(習)을 길러야 한다.
그렇게만 하면 보살과 아라한들께서 친절한 도반(道伴)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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