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음의 보금자리/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어떤 복을 지어야 잘 사는가

향내음(蕙巖) 2012. 11. 16. 10:46

성전미어전(聲前微語傳)
묵연안미소(默然眼微笑)
소리 전에 눈썹말을 전하고
묵묵히 눈으로 미소를 짓네

법문은 특별한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눈썹을 찡끗 하는 거기에 법문이 있고, 미소를 짓는 가운데 법문이 있다.
사람이면 누구나 좋은 일을 하고 복을 지으며 살기를 바란다.
누구나 향상을 하는 것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바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기심과 자기 중심적인 애착 때문에 좋은 일이나 복을 짓지 못하고 사는 것이다.
모름지기 지금 이 생에서도 잘 살고, 죽어 저승의 염라대왕 앞에서도
큰소리를 치려면 복을 많이 지어야 한다.
그런데 복이라는 것은 내가 노력하고 행하고 닦아서 얻는 것이지,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복을 파는 사람이 있어
한 덩어리의 복을 집어서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 부처님은,
‘내 몸을 위해서 이 세상에 난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났다’고 하셨다.
이 말씀을 잘 기억하면서 남을 위해 수고스러운 일을 많이 하고
남을 도와 좋은 일을 많이 해주면 복이 자꾸자꾸 쌓이게 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복을 짓는 방법으로 팔복전(八福田) 이야기를 많이 한다.

① 삼  보  공  경  (三  寶  恭  敬)이니,
佛, 法,  僧  삼보를 잘 공경하는 것이요.
② 효  양  부  모  (孝  養  父  母)이니,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이요.
③ 급  사  병  인  (給  事  病  人)이니,
병든사람을 간호하는 것이요.
④ 구  제  빈  궁  (救  濟  貧  窮)이니,
빈궁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요.
⑤ 광  로  의  정  (廣  路  義  井)이니,
물 없는 곳에 우물을 파서 오고가는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요.
⑥ 건  조  교  량  (建  造  橋  梁)이니,
개울에 다리를 놓아 사람들이 편하게 건너갈 수 있게 하는 것이요.
⑦ 치  평  험  로  (治  平  險  路)이니,
험한길을 고르게 잘 닦아 사람들이 잘 다닐 수 있게 하는 것이요.
⑧ 무  차  법  회  (無  遮  法  會)이니,
법회를 열어서 어떤 사람에게나 법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⑤에서 ⑦까지의 ‘우물을 만들고 다리를 놓고 길을 닦는 일’은
현대사회의 경우 나라나 지방관청에서 행할 일이요.
개인의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 ⑧무차법회를 여는 것도 개인적으로 하기에는 쉬운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 넷을 뺀 앞의 네 가지에 대해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①삼  보  공  경  (三  寶  恭  敬) 
불법승 삼보에 대해 공경해야 한다는 것으로,
불자라면 당연히 삼보에 귀의하고 매일 삼보에 예경을 하여야 한다.
사찰에서 아침저녁으로 올리는 예불은 바로 삼보에 대한 공경의식이다.
모름지기 불자라면 매일 예불을 올리며 삼보에 대해
‘지심귀명레(至心歸命禮)’를 하여야 한다.
나아가 ‘부처님 발 모시고 삼보를 잘 받들며 살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살면,
마음에 늘 지혜의 광명이 깃들어 복을 받게 되는 것이다.
또 선종에서는 마음 청정한 것을 부처라 하고 밝은 마음을 법이라 하며,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마음을 승이라고 한다.
이렇게 맑고 밝고 걸림 없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진정한 삼보공경이다.
그러므로 맑고 밝고 걸림없는 마음으로, 부처님처럼 늘 깨어나고자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잘 새기면서 열심히 수행하고 불법을 널리 전파하며
살아가는 것이 복 중에서 가장 큰 복을 짓는 삶이라는 것을 꼭 기억해주기 바란다.

②효  양  부  모(孝  養  父  母)
‘부모에게 효도하면 복을 받는다’는 것은, 어느 시대 할 것 없이 다 통하는
너무나 당연한 진리이다. 신라 42대 흥덕왕 때의 일이다.
경주 모량리(현재의 현곡리)에는 손순이라는 이가 홀어머니와 아내, 외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비록 가난에 찌드는 생활이었지만 그들 내외는
지극한 정성으로 어머니를 봉양하였다. 나무를 해다가 장에서 팔고 나면 반드시
생선이나 고기를 사다가 어머니의 상에만 올려 드렸다.
그러나 철모르는 어린 아들은 끼니때만 되면 할머니 밥상으로 달려가서
맛있는 반찬들을 집어 먹었다. 그러나 손자에게 맛난 반찬을 열심히 먹이다 보니
할머니로서는 배가 부를 날이 없었다. 어느 날 손순은 아내를 불러 의논했다.
“아이는 낳으면 또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를 다시 얻을 수 없는 일이 아니겠소.
어머니가 굶주림 속에 계시니, 저 아이를 땅에 묻고 어머니라도 잘 모시도록 합시다.”
아내도 찬동하였다. 손순 부부는 외아들을 업고 취산의 북쪽으로 가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그런데 괭이 끝에서 ‘쿠왕~’하는 아름다운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게 생각하며 땅을 더 파자 돌종 하나가 모습을 나타내었다.
신기하게 여기며 그 종을 두드려 보았더니 묘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내가 말하였다. “이렇게 이상한 물건을 얻은 것은 필경 이 아이의 복이요,
아이를 묻지 말라는 계시인가 봅니다.”
손순 부부는 아이와 돌종을 각기 업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돌종을 처마에 달아 놓고 아침저녁으로 두드렸다.
어느 날 흥덕왕이 반월성 누각에 올라 서라벌 장안을 살펴보는데,
서쪽 교외로부터 맑은 종소리가 은은히 들려왔다.
그 종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고요해지고 쾌락해졌으므로
종소리의 행방을 알아보게 하였다. 조사 후 신하는 돌종의 내력을 아뢰었고,
손순 내외의 효성에 크게 감복한 흥덕왕은 그들에게 새로운 집과 함께
해마다 벼 50섬씩을 주도록 하였다. 어머니를 모시고 걱정 없이 살게 된 손순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먼저 살던 오막살이집을 고쳐 절을 만들고
이름을 홍효사(弘孝寺)라 하였다. 이 묘한 돌종은 진성여왕때
후백제의 도적들에 의해 분실되기 전까지 60여년 동안 홍효사에 있었다고 한다.
부모는 자식이 병들게 되면 신약. 한약 가리지 않고 온갖 약을 구해다가
병을 낫게 하려고 하는데, 가끔씩 보면 부모가 감기 때문에 콜록콜록하면서
아파 누워 있어도 ‘나이 많은 사람에게 으레 있는 천식이나 노병’이라 하면서
약 한첩 지어주려 하지 않는 자식이 있다.
이래 가지고서야 어떻게 복을 받을 수 있겠는가? 복은 먼데서 구할 것이 아니다.
‘내 부모가 곧 부처님’이라 생각하고, 부모에 대해 깊은 효성을 가져야 한다.
효도를 하면 반드시 복이 온다. 그것도 크게 다가오는 법이다.

③급  사  병  인(給  事  病  人)
어떠한 사람이든지 병든 이를 내 힘닿는 데까지 구완을 해주면 큰 복을 받게 된다.
어느 날 죽림정사의 여러 승방을 살피던 부처니은 한 명의 병비구가
자신이 배설한 똥 오줌 속에 누운 채 신음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어찌하여 배설물 위헤서 고통스럽게 누워 있는 것이냐? 돌보아 주는 사람이 없느냐?”
“없습니다.” “어째서 돌보는 이가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느냐? “
“저의 몸이 성했을 때, 저는 병든 동료들을 돌보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를 돌보아주는 사람이 없는 듯 합니다.”
부처님은 비구의 몸을 일으켜 옷을 벗기고 더러운 온 몸을 깨끗이 닦아 주었다.
그리고 똥오줌이 묻은 옷을 빨아 말렸으며, 자리에 깔려 있던 낡은 풀들을 버리고
방을 깨끗이 청소한 다음, 새 풀을 뜯어다 깔고 병비구를 그 위에 편안히 눕혀 주었다.
이와 같은 부처님의 간병에 병비구는 너무나 황송해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부처님께서는 다른 비구들에게 설하셨다
“병든 비구들 보거든 나를 돌보듯이 하라. 병든 자를 보살핌은
곧 나를 보살피는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보시 가운데 이보다 더 나은 보시는 없나니,
병든이에 대한 간병은 큰 복덕을 이루고 큰 과보를 얻어,
영광이 두루하고 감로의 법미(法味)를 이룩하느니라.”
“병든 자를 나를 돌보듯이 하라. 병든 자를 보살핌은 곧 나를 보살핌이다.”
이것이 부처님의 마음이요, 부처님의 자비심이다.
병자를 대하는 것이 역겹고 힘들지라도 인연 따라 자비심을 표출하여
자비행을 실천하면 무한 복덕을 이루어내고, 그 복덕이 감로의 법미,
곧 불멸의 진리를 체득하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④구  제  빈  궁  (救  濟  貧  窮)
가난하고 궁한 사람을 힘이 닿는 데까지 도와주고 구제해주는데
어찌 복을 받지 않겠는가. 그래서 예로부터 밥공양 등의 선행을
국가와 개인을 가릴 것 없이 널리 행하여 왔던 것이다.
특히 우리네 조상들 중에는 당대가 아니라
자손대대의 복락을 생각하며 복을 쌓는 이들도 있었다.
안동의 하회마을에서는 영의정을 지낸 유성룡을 비롯한 훌륭한 분들이
많이 배출되었고, 오늘 날까지 유정승의 후예들이 곳곳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음덕은 유성룡의 7대 조부에서 비롯되었다고들 한다.
7대 조부 되는 분은 고개마루턱 갈림길에 집을 지어 놓고,
고개를 넘나드는 이들 중 배고픈 이에게는 밥을 주고,
옷이 낡은 이에게는 옷을 주고, 짚신이 떨어진 이에게는 짚신을 주고,
노자가 없는 이에게는 노자를 주기를 30여 년 동안이나 하였다.
그런데 그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있었다.
그가 사는 마을에 넓은 벌판이 있었는데,
그 벌판이 꽉 차도록 자손들이 번성해졌으면 하는 것이었다.
7대 조부는 이러한 원을 품고 30여 년 동안 많은 덕을 베풀었고,
마침내 보기 가득 쌓여 그 복력으로 원을 성취하였을 뿐 아니라,
유성룡과 같은 훌륭한 백의정승까지 배출하게 된 것이다.
모름지기 복을 잘 지으면 나만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
후손들까지 모두 복을 받을 뿐 아니라, 두고두고 영광된 일이 찾아들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힘 닿는데까지 남을 구제하는 좋은 일을 하면서 복을 쌓아야 한다.
특히 요즘과 같은 복지사회에서는 사회복지사 및 공무원등 복지 관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세금으로 행하는 복지 일을 잘하게 되면 크게 복을 쌓을 수 있지만,
부정을 저지르거나 잘못하면 후손들에게까지 크게 영향을 미치는
죄업을 쌓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면서, 복지 관계 업무를 잘 할 것을 당부 드린다.
일찍이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실로 이 세상의 복 있는 사람 중에 나보다 더한 이는 없다.
그러나 나는 복 짓는 일에 대해 결코 만족을 모르느니라.
이 세상의 힘 중에서 복의 힘이 으뜸이며, 복의 힘이 커야 대도를 잘 이룰 수 있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수행자들은 마땅히 복을 짓고 쌓아야 한다.”
이 부처님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우리는 열심히 복을 닦아야 한다.
부처님이 천명하셨듯이, 세상의 힘 중에는 복의 힘이 으뜸이다.
복 있는 자는 누구도 당해내지 못한다.
더욱이 부처님은 복의 힘이 커야 대도를 이룰 수 있다고 하셨다.
복력이 차지 않으면 대도를 이룰 수 없다는 말씀이다.
그런데도 복 닦는 일도 도 닦는 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어찌 삼보공경. 효양부모. 급사병인. 구제빈궁 등을 실천하면서
복을 짓는 일이 도를 닦는 일과 별개이겠는가!
‘복력(福力)은 곧 도력(道力)’이다. 복이 있어야 도를 이룰 수 있다.
복이 쌓이면 쌓일수록 빨리 도를 이룰 수 있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원리가 이러하거늘 어찌 도와 복을 따로 놓고 볼 것이며,
어찌 박복한 우리가 복을 닦지 않을 것인가. 복 닦기를 게을리 해서는 아니 된다.
쉬임없이 복을 닦고 쌓아가야 한다.
대자대비한 부처님께서는 닦고 쌓은 복덕에 대해 어떠한 집착도 없다.
어떠한 중생을 위해 어떻게 베풀어 준다는 생각 없이,
인연 따라 한결같이 베풀어 주신다. 마치 태양처럼 평등하게 베풀어 주시는 것이다.
부처님의 아들딸인 우리 불자들도 어떠한 집착이나 대가 없이
꾸준히 받들고 베풀고 실천하여 복덕을 쌓아가야 한다.
그리고 필경에는 스스로가 지은 복덕을 최상의 깨달음과 중생에게로 회향해야 한다.
만약 쌓은 복덕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타일시성불도에 회향하게 되면
스스로를 무량공덕장으로 만들 수 있게 되고, 일체중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를 꼭 기억하여 자비심으로 복을 닦고 대도를 이루는
부처님의 참된 아들딸이 되기 바란다.

水藭山盡疑無路 수궁산진의무로
柳綠花紅又一村 유록화홍우일촌
물 다하고 산이 다해 길 없는가 의심했더니
버들 푸르고 꽃이 붉은 또 한 마을이 있네.

“할(喝)"

명상음악 .. 보리의 마음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