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한암스님이 어느날 길을 가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내렸다.
쉴 곳이 없어 주막에 들렀는데 한 여인이 혼자 지내고 있었다.
한암스님을 모시는 시자가 하룻밤만 유숙하게 해 달라고 간청을 했지만
끝끝내 허락을 해주지 않고
오히려 여인은 한암스님께 관상을 좀 봐 달라는 것이었다.
시자는 한암스님은 그런분이 아니라 하며 간신히 청을 물리친 후
한암스님과 함께 여인이 일러준 집을 찾아가
하루를 유숙하게 되었다.
다음날, 한암스님은 다시 주막에 들렀다.
여인의 일방적인 간청을 묵과하는 것도 마음에 걸리고
쉴수 있는 집을 일러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여인에게
참다운 진리가 무엇인가를 가르쳐 주기 위해서다.
여인에게 관상을 보아 주겠다고 하니
여인은 얼굴을 씻고 화장을 하고 오겠다고 했다.
그러나 한암스님은 "화장을 하고 오면
상이 삼천리나 멀리 도망가니 그대로 있으시오."라고 한 뒤
질문을 시작했다.
"손과 발 중에 어느 것이 예뻐야 하겠소"
"그야 물론 손이 예뻐야겠지요."
"그러면 손과 얼굴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예뻐야 하겠오."
"그야 물론 얼굴입지요."
"그러면 얼굴은 예쁜데 마음이 예쁘지 못한 것과
설사 얼굴이 밉다해도 마음이 예쁜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낫겠오."
"그야 얼굴만 예쁘고 마음이 못되면 안될 일이지요.
마음이 예뻐야 겠지요."
"그렇소. 족상(足相)이 수상만 못하고(不如手相),
수상이 관상만 못하며(不如觀相),
관상이 심상만 못한 것이오(不如心相).
그러니 마음을 잘쓰도록 하시오.
그러면 복을 받고 앞길이 훤히 열릴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