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따라 사는 중생
인연은 인. 연. 업. 과의 줄인 말입니다.
인은 ‘나’요, 연은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며,
업은 인인 내가 연과의 관계 속에서 마음과 입과 몸으로 짓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며, 과는 지은 업에 따른 과보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쓰는 단어 중 하나인 인연.
이 인연은 부처님께서 최초로 쓰신 불교용어이며,
불교에서는 우리들 삶의 전과정을 한마디로 요약하여 ‘인연’이라고 합니다.
지금 내가 받고 있고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인연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이 나라에 태어난 것도 인연이요, 현재와 같은 부모를 만나고
부부가 되고 자식을 두는 것도 인연이며,
괴로움을 받는 것도 즐거움을 누리는 것도 모두가 인연의 결과인 것입니다.
하지만 불교의 인연설은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숙명론이나 운명론과는 결코 같은 것이 아닙니다.
숙명론이나 운명론의 입장에서 보면 모든 사람의 운명은
태어나면서부터 결정되어 있다고 주장합니다.
곧 사주팔자대로 살거나, 전생의 업보대로만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타고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합니다.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이 아무리 강할지라도 삶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 열심히 살 자가 몇이나 되겠으며,
남을 위해 노력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그리고 또 한부류의 사람들은 인간의 본성을 성선설. 성악설 등으로 분류하기도합니다.
인간의 본성이 ‘본래부터 착하다’ , ‘본래부터 나쁘다’를 논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도 불교에서는 인연설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본래부터 선하게 또는 악하게 태어난 것이 아니라,
좋은 인과 좋은 연이 화합하면 삶이 착하게 발현되고,
그릇된 인과 어긋난 연이 만나면 삶이 그릇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불교에서는 숙명론도 운명론도 성선설도 성악설도 따르지 않고 있습니다.
오로지 인연설을 내세워, 모든 것이 나하기에 달렸음을 일깨우고 있으며,
‘나’의 마음가짐과 행위로 말미암아 지금의 내 삶이
있게 되었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괴롭고 힘들게 사는 것 모두는,
과거에 심어 놓았던 씨가 바로 이 시간 전까지의 여러 가지 주변 환경과 노력에 의해
맺어진 결실일 뿐, 절대자나 운명에 의해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한가지, 단순히 금생의 마음가짐이나 행위만으로
이 생의 과보가 있게 된 것이 아니라고 설합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고 능히 기억할 수 있는 금생보다는,
감지할 수도 기억할 수도 없는 전생의인연과 업이 더 크게 작용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금생에 특별히 불교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는데도 훌륭히 법사 노릇을 하는 삶은
과거생에 불교공부를 많이 하였기 때문이요,
전생에 도를 많이 닦은 사람은 현생에서 어려움 없이 도를 닦아 이룬다고 합니다.
부잣집에 태어나 평생을 편안하고 풍족하게 사는 사람은
과거생에 복을 많이 지었기 때문이요,
현생에서 특별히 예능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초인적인 실력을 발휘하는 이들이
종종 있는 것은 전생에 익힌 예술적인 재능 덕분입니다.
또 과거생에 장원급제를 하겠다고 원을 세운 사람은
사법고시나 대학시험 등에서 수석합격을 하여 이름을 떨치게 되고,
‘꼭 한번 부자가 되어 보리라’고 원을 세운 사람은 일생에 한번은
돈을 많이 벌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산중의 절에 잠깐 머물면서 ‘참 좋다’는 감정을 일으키고는,
‘나도 다음 생에는 승려가 되리라’고 원을 세우게 되면
내세에 출가하여 스님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원을 세우기만 하고 충분히 복을 쌓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
평생 스님으로 지내기가 용이하지 않으며, 일시적인 부자로 그치거나,
잠깐 수석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 경우가 많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최고의 권력을 누리다가 자리에서 물러난 후
비난을 받으며 명예롭지 못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처음에는 죽도록 사랑하던 연인이나 부부가 나중에는
말할 수 없는 상처를 서로에게 남기고 갈라서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 이렇게 되는 것인가?
모두가 인. 연. 업. 과, 곧 인연의 법칙 따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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