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음의 보금자리/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인생 바람 같은 것을

향내음(蕙巖) 2011. 12. 2. 17:22


 
인생 바람 같은 것을...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 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무엇 하리오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가는 것 일뿐인데 
묶어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 일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 펴고
인생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 내시요.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소.
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픔일도 있다 만은,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짖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겠소.
기쁜 표정 짖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것이오.
-영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