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음의 보금자리/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한 잎 연꽃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관음

향내음(蕙巖) 2011. 3. 10. 14:56

 

한 잎 연꽃을 타고 바다를 건너는 관음
 
옛날 전라남도 유마사(惟摩寺)에 한 젊은 거사 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오계(五戒)를 받은 착실한 불제자이지만 남달리 음욕이

강해서 여자만 보면 유혹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서 수작을

걸다가 망신을 당하고 매를 맞기도 하였다.


그래서 관음 기도를 열심히 해서 음욕을 끊게 해달라고 기원하였다.
어느 날 한 낯선 늙은 사람이 예쁜 딸을 데리고 절에와서

유숙하고 있었는데, 그 딸의 미모가 너무나 뛰어나서

청년은 욕정을 억제 할 수가 없었다.


청년은 어느 날 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미인에게 자기의 마음을

하소연했더니 미인은 어렵지 않게 허락하였다.
젊은 청년은 즉시 처녀를 데리고 음행할 장소를 찾아보았는데

아무래도 법당 불장 뒤가 가장 으슥하고 좋을것 같았다.
처녀에게 그리로 가자 하니 처녀는 서슴지 않고 청년을 따라갔다.


그런데 불장 뒤는 여러 날 청소를 하지 않아 먼지가 쌓이고 더러웠다.

 처녀가 너무 지저분하다고 하였으므로 청년은 벽에 걸려있는

 긴 관음 탱화를 벗겨서 엎어 놓앗다.
처녀는 탱화를 뒤집어 깔지말고 바로 깔라고 하자 청년이 말했다.


"보살 얼굴이 빤히 보이는 곳에서 어찌 그 짓을 할 수 있겠소."


"이 놈! 너는 어찌 죽은 관음상만 두려워할 줄 알고

 산 관음상은 존경할 줄 모르느냐!

그렇게도 도력이 없는 자가 무슨 음행을 즐기는 건가."


청년은 혼비백산하였고 불순한 생각도 단번에 달아나 버렸다.


"대성관세음 보살님.

모든 죄를 참회하오니 대도를 이루게 하여 주소서."


청년은 진심으로 빌었다.

그리고 눈을 돌려 보니 그 처녀는 온데 간데없이 사라져 버렸고

처녀가 섰던 자리에 연꽃 한 잎이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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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서는 안 될 일은 행하지 말라.

해서 안 될 일을 행하면 반드시 번민이 따른다.

해야 할 일은 반드시 행하라.

그러면 가는 곳마다 후회는 없을 것이다.

[법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