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내음(蕙巖) 2011. 12. 21. 17:36

청산은 나를 보고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靑山兮要我以無語  彰功兮要我以無垢
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혜요아이무구

聊無愛而無憎兮   如水如風而終我
요무애이무증혜   여수여풍이종아

나옹 스님


이 글은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는
나옹(懶翁, 1320~1376) 스님의 시다.
스님은 고려 말의 스님으로
설화의 주인공으로도 많이 나온다.
경북 영덕군 영해 사람이라고 전한다.
영해에는 나옹 스님이 공민왕 때(1355년)
창건했다는 운서산의 장육사가 있다.

스님은 21세 때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공덕산 묘적암의 요연(了然) 스님에게 출가했다.
그 뒤 여러 사찰을 순력하다가
1344년 원나라로 건너가 연경 법원사에서
인도의 승려 지공(指空) 화상에게 배우고
다시 자선사로 가서 처림(處林) 스님의 법을 받아 돌아왔다.

이 시는 아주 맑고 깨끗한 삶을 노래한 것이다.
이 시대에도 노래가사로 재구성하고
곡을 붙여서 부른다.
달리 설명이 필요치 않다.
노래 한 번 부르면 마음속에 깊이 다가온다.


사랑도 부질없어 미움도 부질없어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버려 성냄도 벗어버려
하늘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사랑도 훨훨~ 미움도 훨훨~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탐욕도 훨훨~ 성냄도 훨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강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사랑도 훨훨~ 미움도 훨훨~
버려라 훨훨~ 벗어라 훨훨~
탐욕도 훨훨~ 성냄도 훨훨훨~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강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